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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이야기를 마치며 어제 막, 2005년 대학교 입학부터 6년간 죽 살아왔던 신촌의 학교 앞 오피스텔과 작별하고 길음동의 그리 넓지 않은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친동생과 같이 살게 되어서 든든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원룸에서 살면 으레 느끼는 답답함도 없어서 좋긴 하지만 제 2의 고향인 신촌을 떠나오니 굉장히 섭섭하고 허전합니다. 이제는 매일 아침 창가로 보이는 연세대 ROTC 운동장도, 성산대교부터 청담대교까지 걸리는 시간을 알려주던 강변북로 교통안내 전광판도 안녕이지만 의사 양반이 이백쉰번째 새 출발을 했듯이 이제 저도 또 다른 마음가짐으로 새 출발을 해야겠지요. 6년, 군대 복무기간을 포함한 남자 대학교 학생의 평균 대학생활 보다는 조금 짧은 시간이었습니다만 누구보다 많은 사람들과 많은 일로 가득 가..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12. 12.
  • 한 의사의 이백쉰번째 또 다른 새로운 시작 시간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고 항상 옆에 붙어서 고통을 주는가 하면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또 저만치 달아나버린다 이것이 시작의 끝이 아님을 이것 역시 또 다른 하나의 애벌레 기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의사는 결코 웃을 수 없다 언젠가 진정한 끝이 다가온다고 하더라도 그때는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인생은 그렇게 흘러 가는 것이다 매일 하루의 종말을 고하던 한 여관방의 어두운 307호 방도 밤마다 날아드는 편지에 쏟아내던 가난한 외국어와 눈물들도 결코 마음을 열지 않았던 전시품들과 유리병 속의 장미들도 니블헤임에 대한 부끄러움과 물감들도 변기에 그득한 토사물들과 산만하게 끓어대던 골수들도 이제는 덤덤해졌지만 끝임 없이 만나고 사랑하며 또 다른 새로운 흔적들을 남겨야만 하는 것..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12. 5.
  • 콘스타페이숀 의사의 땀냄새가 진동하는 똥을 한판 싸줘야 하는데 변비랜다 아랫배가 묵직하니 아주 죽을 맛이지만 아랫동네로부터는 영 기별이 없다 단백하고 팍팍한 요즘의 생활이 대장을 비롯한 온 몸의 수분을 다 빨아들인 탓일까 덩달아 나의 뇌마저 아주 바삭바삭해질 지경이다 변비를 해소하기 위해 시원하게 물 한잔을 원샷! 하다가 맛이 이상해 보니 손에 들려있는건 술병이고 뭐 어떠냐 이거라도 마시지 않으면 허전함을 지울 수 없다 요즘엔 진득한 니블헤임의 방언도, 이리저리 마구 쏘아대던 두뇌發 뫼비우스의 띠들도 전혀 듣거나 볼 수가 없단 말이지 또다시 무책임한 외로움을 타는게냐 그것도 분명 아닌데 똥 그것이 문제로다 흐압 이젠 거의 다 되었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11. 29.
  • 진열품 의사는 간만에 정말 간만에 유리 진열대를 닦기 시작한다 마른 헝겊에 독한 알코올을 묻혀서 천천히 먼지와 얼룩을 닦아내고 안에 진열되어 있는 것들을 조용히 꺼내서 정성껏 아주 정성껏 -이미 진열품의 대부분은 깨져있다- 먼지를 털어낸다 그간 이 진열품들을 모으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면서 이것들이야 말로 인생 최고의 보람이라고 생각했건만 그는 왜 그것들을 온전히 보관하지 못할까 무엇이든지 진열장에 들어가는 순간 몇 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깨지고 빛이 바래고 그래서인지 진열품들은 항상 의사를 미워하고 외면한다 항상 그들의 온기를 그리워하며 괴로워 함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진열대와 진열품들에게 크나큰 정성을 쏟음에도 불구하고 기억나지 않는 새벽이 지나고 나면 왜 모조리 깨어지고 박살이 나 있는 걸까 왜 좀 더 아..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9. 26.
  • 異常 역시근사할만큼익숙하다이제열한번째구토를아주세련되게하고변기물을내린다 토사물이콧구멍으로넘어오지만기분은아주상쾌하다입안은깔끔해졌다 그러고나서돌아서는데뭔가이상하다머리뒷통수가아파온다이건뭔가잘못됐다 편두통이아주기분나쁘게척수를따라올라가대뇌질을하나하나잘근잘근씹어댄다 앞에거울을보니추한자식하나가날보고있다가조용히거울가장자리를톡하고깨뜨린다 큼직한유리조각몇개가떨어진다그것들은서늘한조소를띄며의사를바라보는데친근하다 거울속의추한자식이쓸쓸히웃으며콧노래를흥얼거리더니유리조각하나를집어든다 자기코를도려내기시작한다하긴뭐따지고보면의사는항상자신의냄새나는코가불만이었지 그의손은너덜너덜해진코를두고이제입을향해서조용히옮겨간다의사의코도간질간질한것도같다 그와중에변기옆에튄열한번째의토사물일부가아무렇지도않게한숨을한번푹쉬더니 그럼잘지내난나쁜사람은아니지만너에대한애정따윈애초..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9. 16.
  • 失踪 어떻게보면이것은새삼스러운최초의충격이다 옛날의그를기억해내라고했다 예전의그는지금의그와는달랐다고했다 항상투쟁심넘치며세련되게난폭한한마리의검은종마같았다고했다 하지만변한자신을눈치조차채지못했던그에게잭캠블의그림자따위는낯설기만하다 기억이라는것은우습다믿고싶은것만이머릿속에자리잡게되는까닭이다 한가지거짓말을계속하다보면언젠간자신도그것을믿어버리게된다는 당시에는믿지않았던옛날어느과학잡지에서읽은글이생각난다 클라우드는퍼스트클래스솔져가아니었다 우습다모든것이하찮다 기억속에서만나게될것이무엇이될른지는어쩔수없다 하지만이제는기억해내야한다 하찮은안도혹은죽음은그다음문제이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9. 5.
  • 投影 며칠째 비가 쏟아지고 있다 그간 몇 개월은 의사에게는 참 뜨거운 나날이었다 그 치열했던 시간들이, 그 열정들이 무색할 만큼 식어버린 지금의 일상을 반성하며 인생에 있어서의 최고의 자산은 사람이다라는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지를 생각하며 모든 것을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을 사랑은 이제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며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는 법이지만 어제 그의 꿈에서는 모든 것이 거꾸로 흐르고 있었다 뜨거웠던 지난날들이 빗 속으로 영영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그의 꿈 속에 투영되었던 것일까 애써 정돈되었던 그의 감정들을 다시 엉망으로 섞어버린 그 投影體들은 비겁한 여운을 남기고 그렇게 빗소리 속으로 사라져간다 며칠째 비가 쏟아지고 있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7. 17.
  • 終結 메마른사막위로야간비행을하던그는 연료게이지를쳐다본다 비행기의연료는바닥을드러내기시작하는데 아직가야할길이6개월이다 이제는되었다 더이상나아갈힘도의지도없다 그러다보아구렁이의아가리안으로비행기가추락하더라도 이제는별상관없다 때가온것이다 유리병속의장미들이더시들기전에 이제그만봉우리를거둘시간이다 하찮은죽음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6. 30.
  • 無感 니블헤임의 의사로부터 온 편지 : 산만하게 끓어대던 골수도 식었다 냄새가 밴 이불도 무심해졌다 매주 오던 핑크색 편지가 끊긴지도 벌써 넉달이 되었다 미쳐 날뛰던 단추들도 이제는 넉넉해졌다 아무 느낌도 감정도 없이 나는 지금 가속도 0으로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는데 속도에 대한 감각은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지금 날아가고는 있는건지 어두운 공간 어디에선가 멈추어버려 있는건 아닌지 걱정도 되는데 니블헤임의 날씨는 덥고 습해서 시원한 샤워만 있으면 다른 것은 아무래도 좋다 단순해지는 것이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6. 20.
  • redemption out of nowhere 집에돌아온의사는그다지새로울것도없이언제그랬다는양 세상에대한근거없는적개감과열등감을베개속에파묻고는 매일밤잠이들때마다그곳에다얼굴을쳐박고고래고래소리를지른다 그렇게며칠몇날을소리지르다보니배윗쪽이싸리싸리한것이이상하다 식사를굶어본다하루이틀삼일을굶으니몽마가나타난다 그몽마는의사의입으로들어와서는그가진실을할수없도록 이빨사이사이에기생하면서의사를괴롭힌다잇몸이검게변한다 그러다가며칠뒤에는창자로자리를옮겨서아팠던그의배를만진다 통증이가시는듯하지만여전히뱃속에무엇인가가있다는사실은 그를불쾌하고불안하고무섭게또또그렇게그의머릿속을헤집어놓는다 어쩔수없이배를찢고몽마를꺼내야겠다고생각하며칼을드는순간 현관쪽에서무슨소리가들린다 누군가문을두드린소리일까궁금해진의사는현관문에난구멍을통해바깥을본다 며칠전예수를믿으면구원을받고영생을얻어천국에갈수있다던머저리들이다 보이는것만믿..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5. 31.
  • 사실 당신은 속고 있다 그는 정확히 6년 2개월 만에 사막을 걷는 여정을 잠시 멈추고 잠시나마 고향으로 돌아왔다 의사는 주위를 안심시키며 손을 흔든다 박수와 환호를 듣는다 그리고 나서는 조용히 집으로 들어가서 술병을 들고 소파에 파묻힌다 사람들은 그가 멋들어진 여행을 즐기고 돌아온 것이라 생각하지만 의사는 능숙히 그들을 속이고는 그만의 의뭉스러운 세계로 모습을 감춘다 사실 그간 그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가 무엇인가를 해주길 바랬던 탓에 의사는 진실을 이야기 해줄 수가 없다 그의 생각에 약 1주일 후면 다시 황량한 사막길을 나서야 할듯 싶지만 그 때가 오더라도 무엇이 그리 또 달라져 있겠는가 허기진 배와 건조한 모래 바람 작렬하는 햇볕과 함께 엄습해오는 외로움과 초조함 아니 어쩌면 집으로 잠시 돌아온 이제서야 진..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5. 14.
  • 이불 의사는 어릴 적부터 이불을 푹 덮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았다 이불을 그의 목 바로 밑까지 끌어당기고 옆으로 누워 몸을 웅크려야만 잠을 이룰 수가 있었다 글쎄 그는 부끄러운 것이 많은 사람인가 숨길 것이 많은 사람인가 목 밑부터 발 끝까지 드러남 없이 완전하게 가려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인가 그가 가끔 바지와 팬티를 입지 않고 밑도리를 드러낸 채 바깥을 돌아다니는 꿈을 꾸는 날은 어김없이 이불이 반쯤 팽개쳐져서 침대 구석에 쳐 박힌 채 밤을 새버려서 이불을 덮지 않고 자게 된 날이다 그 허전함이 무의식에까지 장난을 쳐서 그런 악몽을 꾸게 만든 것일 테지 바지를 입지 않고 윗도리를 늘어뜨려서 은밀한 부분을 가리고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꿈은 정말이지 최악이다 (바지 남대문을 열고 하루종일 바깥을 활보했다는..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4. 14.
  • 천동설天動說 태양을 추월하기 위해 지난 몇년간 부단히 걸었다 하지만 그는 태양이 항상 자신의 정수리 위에 정체되어 있다고 느꼈다 소소한 것에 만족했고 사소한 것에 괴로워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결코 도태되지 않으리라 수많은 다짐을 하며 때로는 저 뒤에 뒤쳐져서 바닥에 주저 앉아버리는 사람, 혹은 자신이 뒤쳐져 있다는 것도 느끼지 못한채 바보같이 웃고만 있는 사람, 이런저런 사람들을 뒤로 한채 끊임없이 걸었고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지나갔고 남들이 걸어간 만큼, 아니 가끔은 그 이상으로 걷고자 노력했지만 항상 머리 위의 해는 멈추어져 있다고 느꼈다 자신은 전혀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다고 느꼈다 의사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나, 기타 자신을 둘러싼 상황과 여건에 대해서 그다지 불만을 품어본 적도 없다 ..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4. 13.
  • 포만감과 민망함 아침 식사를 먹기 위해 근처 식당에 들른 의사는 약간 쉰듯한 냄새가 나는 양고기 스튜를 먹다가 누군가가 읽고 놓아둔 듯한 옆 의자 위에 놓여있던 신문을 펼쳐든다 읽기 시작하는데 그럴듯 하다 [칼럼] 얼마 전 배가 한 척 가라앉았다는데 이것이 핫-이슈 / 4월 6일 오후 5:02:21 / jellyjam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다 검토하고 결론을 낼 것이며 북한 개입의 가능성이 없다고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렇게 또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고 그게 사실은 없다고 직접 말 한 것은 아니지만 있다고 하면 또 문제가 되므로 밝히기는 힘들고 해군이 실수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또 정확히는 모르기 때문에 하여튼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고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말이라고 하는데 아무렴 어떤가 ..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4. 8.
  • 포오드의벨트와꼴사나운땀 의사는과연할수있을까월화수목금토일 글쎄다그는조금만숨이차면숨을구멍을찾는습성이있어서말이지 나약하고치사하고이기적이고바보같은그다 나중이라는것은그에게있어서별로중요하게느껴지지않는다 오직지금이다숨이차고다리가저려오는지금이순간만이중요하다 그래서그는많이실수하기도했었다나태했었다대책이없었지 그러나이제와서그라고별수있겠는가사람들이분쇄기로빨려들어가고있는 그무서운광경이눈앞에서펼쳐지고있는데그라고별수있을까 이제는품위고체통이고다집어던지고분쇄기로빨려들어가고있는 포오드의벨트를역행해서달려야한다땀이나는것은천하지만별수없다 그리고는땀에쩔어서는살아남아야한다사실은당연한운명이었지만 옛부터근거없는자신감에차있던그는그자신만은달리지않아도될줄알았다 남들처럼꼴사납게땀에쩔어있는꼴을하고있진않아도될줄알았던것이다 하지만별수있으랴포오드의벨트는만인에게평등하다그라고예외일수는없지..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3. 20.
  • 술취한젖꼭지의한탄 의사는꿈을꾸고있다 그의환자들은그의젖꼭지와머리칼을갖겠다고칼을들고서로다투고있다 바로그느낌이었다어릴적그가교회에갔을때성가대석에서좌중들을내려다보며 젖꼭지없이무엇으로이사람들위에설수있을까또난무엇으로이자리에섰나라고생각하며 사실은처음부터애초에젖꼭지를어떻게가질수있었는가조차도생각은나지않지만 젖꼭지는하찮고천하다그래서그는부끄럽다 술취한젖꼭지는비겁한변명들을잠시동안이나마늘어놓지만아무도듣지않는다 아무런의미가없어져버린젖꼭지는슬피울다잠든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2. 17.
  • 기억의 맛 의자에 앉아서 우유를 들이킨다 첫 맛은 달지만 끝 맛이 텁텁하다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과 그것에 대한 기억이란 것은 달기만한 첫 맛에 비해 왜 항상 끝 맛은 불쾌해지는 걸까 이젠 그녀의 모습에서 옛날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순간의 위화감에 눌려 어른이 되어버린 철없는 그녀에 대한 분노를 느낄 여력도 없었다 다들 무엇엔가 쫓기듯이 각자의 방향으로 질주를 하는데 사진 속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그런 따뜻한 날이 다시 올까 무엇이 그 사진을 그렇게 특별하게 만들었나 그것을 끝내 알 수 없다면 앞으로 남은 하루하루를 무엇으로 견뎌낼까 라고 생각을 하면서 의사는 남은 우유를 다 마셔버린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2. 4.
  • 腐敗染料 바깥에는비가온다 1달만에다시심심한집으로돌아온의사는차라리마음이편하다 아침에야상곡을들으며마시는위스키는묘하게시간감각을속인다 의사는조용히화장실로가서익숙하게10번째의무책임한구토를한다 그렇게함으로써의사는이제비로소온전히집으로돌아온것이다 당분간은집에서나가지않아야겠다라고생각하며 차가워진몸을덥히기위해서따뜻한것들을머리속으로떠올린다 그러다창밖을보니흰색코트를입은어느중년의시인이 파란색추억위에흰색덧칠을한잔잔한그림을옆에두고 풀이죽은표정의어느철학자와오늘의날씨에대해서느긋하게이야기하고있는데 그들의아름다운대화속에그림은하릴없이비를맞고 그림은점점번져가는데그들은날씨이야기에여념이없다날씨에대한대화는중요하다 아마도흰색덧칠이벗겨지고그뒤에있던파란색물감마저녹아서 캔버스의빨간색혈흔까지보일때가되서야비가오지않는곳으로그림을옮기려고할까 언젠가는의사도비에씻겨나가는물..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1. 16.
  • 죽였다 어느 어둑어둑한 밤에 산길을 걷던 의사는 낯선 소리를 듣는다 뒤를 돌아보니 거대하고 붉은 돼지 한마리가 그를 쳐다보고 있다 돼지와 의사는 서로를 노려본다 후드득 후드득 돼지는 그에게 돌진하기 시작한다 의사는 겁에 질려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침착하게 앞 포켓에 있던 메스를 집어든다 돼지가 드디어 그에게 도달했다 달려들었다! 의사는 넘어지고 돼지는 그 위에 올라타서 의사의 팔을 맹렬히 물어 뜯기 시작한다 팔뚝의 살이 뜯기는 처절한 고통이 엄습해온다 하지만 침착하게 들고 있던 메스로 돼지의 배를 찌른다 푹- 하고 메스의 날이 돼지의 배 안으로 사라진다 여전히 냉정을 잃지 않은 의사는 메스로 돼지의 뱃가죽을 옆으로 도려내기 시작한다 돼지는 처절한 비명을 지른다 찢긴 뱃가죽 사이로 내장이 쏟아진다 선혈..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1. 8.
  • Inevitable 절정에다다르기전에간신히기록하여둔다 변덕이심한생활이여 어서나를더눌러서 나를더졸라서 숨이막히게 더욱세게눌러서 나의늑골이다부러지고골수가솟을만큼 그렇게나를욕보여다오 나팔의가증스러운소리따위가내밤을지배하지않게 니블헤임으로가는길의지도가희미해지든말든 그렇듯이하루아침에도수백번씩변하곤하는 내뇌수의색깔에는아랑곳하지않고 오르내리는매력적인단추들이여 행여나또가끔씩분홍색편지가날아들더라도 전혀개의치말고나를찢어라 그러다보면언젠간 너를잊고나는언젠간 그렇게그렇게나는언젠간찬바람이부는그곳에서 너를기다리게되겠지 --- 의사는 그렇게 편지 쓰곤 옆에 누워있던 팔 한쪽이 없는 창녀를 쓰다듬는다 그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얼굴을 붉히고는 장막 뒤로 나체를 감추고는 옷을 입기 시작한다 너는 얼굴을 붉혀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의사.. 공감수 0 댓글수 0 2009. 12. 28.
  • Nibleheim faded. 그에겐 못된 전축 하나가 있었다 전축에서 나오는 의도되지 않은 프로파겐다는 그의 존재를 이그러뜨리고 희미하게 해서 불쾌하지만 어쩔 수 없는 흉터를 남긴다 전축은 계속해서 거짓말을 해댄다 거기에서 나오는 음악은 가짜 기억을 만들어내고 남쪽 니블헤임 마을에서의 부끄러움을 애써 지우려고 하지만 그 부끄러움이 하나씩 지워질 때마다 그의 얼굴도 같이 지워진다 이제는 표정마저 알아볼 수 없지만 그래서 이젠 그만 전축을 꺼보려고도 하지만 의사가 잠시 주의를 돌릴 때마다 전축은 얄밉게도 자꾸만 켜진다 그는 여전히 니블헤임 방언을 하지만 니블헤임 마을로 돌아가는 길은 더 이상 생각나지 않는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09. 12. 22.
  • 햇볕으로의 일방통행 간만에 햇볕을 보며 걷는 기분은 썩 나쁘지 않다 시계가 새벽 4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을 보며 사구(沙丘)의 움푹 파인 곳에 앉아 피던 담배의 씁쓸함도 쓸쓸한 달빛을 보며 추억을 되새김질 하던 그 어둑하던 밤의 물기어린 감상들도 이젠 햇볕 아래 가만히 마르고 있다 언젠가 햇볕이 지겨워지면 그는 또 비겁한 표정으로 밤을 그리워 하겠지만 이제 그는 더 이상 밤으로 돌아가서는 곤란하다 새벽 이슬의 독기가 그를 녹여버릴지도 모르는 까닭이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09. 12. 22.
  • 마지막 미명 밤새도록 의사의 머리를 헤집어놓던 고민이 무색할 만큼 그의 위장을 헤집어놓던 술들도 이제는 말라간다 또 하나의 밤이 지나가려 하고 있다 언제나 밤은 한없이 길게만 보이다가도 너를 만나러 달려가려 하기만 하면 왜 너는 금새 나에게 새벽을 내어보이느냐 이것으로 마지막 새벽이구나 지금 멀리 지평선으로 보이는 미명이 비로소 완전해지면 나는 웃으며 땀 흘릴 것이다 해가 자오선에 정확히 걸려서 내 정수리를 치열하게 달구고 있지는 못할지라도 그때에 비로소 나는 만족하련다 햇볕 속에서 내가 보고 싶은 것들을 보면서 공감수 0 댓글수 0 2009. 12. 7.
  • 당신을 매료시킨 것이 당신을 죽일 것이다 어두운 사막의 길을 걷다 먼 곳에서 보이는 마을의 불빛을 발견한다 XX이다 마을로 들어간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마을은 한산한데 마을 한 구석에 있는 술집으로부터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온다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구석에 앉아서 맥주를 시키려는데 왠 여자가 옆에 와서 앉는다 외롭고 정 많고 가난한 그래서 상처가 많은 여자라 자신을 소개한다 자신의 슬픈 이야기를 하며 향긋한 눈물을 흘린다 의사가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그녀가 그의 어깨에 가만히 고개를 기댄다 그녀 머리칼의 아찔한 향이 그의 코에 닿는다 잠시 후 둘은 조용히 일어나 그의 집으로 간다 그는 그녀를 거실의 테이블에 앉히고는 주방으로 가서 차를 한 잔 끓인다 그가 차를 준비하는 사이 여자는 방을 둘러본다 괴기한 모양.. 공감수 0 댓글수 0 2009. 11. 28.
  • Awaken 술에 취해 한참을 걷다 어느 정도 술이 깨고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샌가 또 다시 평지를 걷고 있다 어느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이젠 그가 목이 마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다 마셔버린 우물의 물을 도로 채워놓기 위해 땅을 파지 않는다는 말 그 친구 역시 우물을 참 사랑했지만 바닥을 드러낸 우물 앞에서 그는 참 차갑다 열심히 우물을 파고 있던 의사에게는 참 낯선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이기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그의 앞에서 딱히 그 친구에게 해줄 말도 없었고, 해주고 싶지도 않다 의사는 목이 마르지만 물도 다 떨어지고 급한대로 저번 마을에 들렀을 때 사서 부리던 낙타의 오줌보를 짜서 마신다 그렇게 정성들여 먹이고 보살피던 낙타였지만 막상 필요할 떄는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오.. 공감수 0 댓글수 0 2009. 11. 26.
  • 잠들지 못해 깨어있다 아무런의미도의지도없는시간들이자꾸만간다 해는무심히도흐르고흘러어느언덕밑에숨어버렸다 그가또다시멀어져가는별빛들을향해욕설을퍼부으려하는찰나 의사의마음을설레게하는찌르레기소리가어디선가들렸다가는이내사라진다 사라진공간은더욱더그의어두운공간에서빛을앗아간다 그의외부의세계는그의인식바깥에서어떻게돌아가고있을까 어떻게그들은그렇게도바쁘게도행복할수있나 그는검게비어버린공간에서혼자왜헤메고만있나왜그는이야기할사람이없나 차가운물한사발은추위에떠는낙타에게는위로가되지않는법이다 설령그렇다한들뜨거운사막으로다시몸을던지면되겠느냐 술병하나를비우면세상은금새라도그의감각을부셔버릴듯이그에게달려들듯하지만 눈을감으면속이한번울렁하면서 알수없는외국어만이그의아가리속에서하얗게쏟아져나온다 고개를숙인다그래서그의뒷주머니는항상가난하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09. 11. 14.
  • Scenes. #1. 그마저도 우리가 사랑하는 인생의 장면들이 될 거라 믿으며. 2003. 11. 13 #2. 의사가 그토록 사랑했던 장면들은 이제 한가닥이지만 질기디 질긴 집착이 되어 그의 뇌속을 헤집어놓고 있다. 그래서 그는 홀로 사막을 걷는다. 이제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의사가 과거의 장면들을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의 진정성 어린 감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는 오만하고 나약하기 때문이었다. 기억 속에 남아있던 장면들은 언제까지고 변하지 않지만, 현실은 이미 많은 것이 변해있고, 또 많은 것이 변해 할 것이다. #3. #4. 17+3=24 Past + P + 0 = Present 공감수 0 댓글수 0 2009. 11. 11.
  • 어둠속의 젖은셔츠 또다시고단한하루의해가떨어진다 사방은진공으로가득하야달빛의질감마저도어둠속으로침잠한다 의사그자신은또어디로흘러가고있나그방향마저도가늠할수없다 어둠속에서양손에코끼리다리한짝씩을부여잡고 비겁한微明에의지한채떨리는다리를진정시켜보려한다 분홍색냄새는그의뇌속을한바탕휘저어놓고서는 무심히또어딘가로사라져버린다머리속은기름진음식을먹은마냥점점부대껴오기만하는데 그래서생각은할수가없는것이다무책임한충동만이그를흔들고 덥다땀이흐른다땀을닦아보아도이미젖어버린셔츠는불쾌하고그것은어떻게할수없다 마른셔츠로갈아입을수만있으면무엇을사고할수는있을것같다만 젖은모래와젖은셔츠의공통점은 불쾌하지만결코사라지게하지는못한다는것 공감수 0 댓글수 0 2009. 11. 8.
  • The sun would never rise. 나팔을불수없어도행복하건만 간혹집으로날아드는빈봉투와 채식지않은낙타의잔상이 늦은밤의천장을무심하게오고가도 그래도나는괜찮다단백한나날들이다 하지만그렇다고고해도그렇다셈치더라도 좀처럼오지않을듯한새벽이, 영원히자리를비켜주지않을듯한고집스러운밤이 못내막막하기만하다 忍耐 공감수 0 댓글수 0 2009. 10. 17.
  • 空感 밤이되었지만여전히의사는사막길을홀로걷고있다 옆으로낙타두마리가지나간다 그는그의가방에들어있는나팔이소리를낼까짐짓두렵다 봉투안에들어있는편지지는항상고요했다 혹은분홍색뇌수가그만편지지를적셔버렸던것같기도하다 이윽고낙타는지나가고의사는여전히항상그랬듯무력하게하늘을응시하고있다 단단하고날카로운눈으로항상그를바라보던달은오늘밤에는이상하게도어디론가사라져버렸다 항상해가보고싶어썬그라아스를들고다니던그였지만 온통어둡게혹은어둡게혹은어두컴컴하기만한밤이라그런것일까 문득나팔을꺼내불어볼까불어버려볼까그러면밝아질까 내일은나팔을불게될지도모른다꼭그러고싶다는것은아니지만그렇다면입김을아껴두어야지 밤아얼른잠들어버려서온통외국어투성이인이순간을이충동들을거두어가거라 OUI! 공감수 0 댓글수 0 2009.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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