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이야기 (完)
죽였다
Jelly Jam
2010. 1. 8. 19:25
어느 어둑어둑한 밤에 산길을 걷던 의사는
낯선 소리를 듣는다
뒤를 돌아보니
거대하고 붉은 돼지 한마리가 그를 쳐다보고 있다
돼지와 의사는 서로를 노려본다
후드득 후드득
돼지는 그에게 돌진하기 시작한다
의사는 겁에 질려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침착하게 앞 포켓에 있던 메스를 집어든다
돼지가 드디어 그에게 도달했다 달려들었다!
의사는 넘어지고
돼지는 그 위에 올라타서
의사의 팔을 맹렬히 물어 뜯기 시작한다
팔뚝의 살이 뜯기는 처절한 고통이 엄습해온다
하지만 침착하게 들고 있던 메스로 돼지의 배를 찌른다
푹- 하고 메스의 날이 돼지의 배 안으로 사라진다
여전히 냉정을 잃지 않은 의사는
메스로 돼지의 뱃가죽을 옆으로 도려내기 시작한다
돼지는 처절한 비명을 지른다
찢긴 뱃가죽 사이로 내장이 쏟아진다
선혈이 낭자하다
시뻘건 피를 뒤집어 쓴 의사는 촛점이 풀린 눈으로
여전히 손에서 놓지 않고 있던 메스를 땅에 떨어 뜨리고는
동전을 세기 시작한다
십오만오천사백팔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