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이야기 (完)

기억의 맛

Jelly Jam 2010. 2. 4. 23:44



의자에 앉아서 우유를 들이킨다
첫 맛은 달지만 끝 맛이 텁텁하다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과 그것에 대한 기억이란 것은
달기만한 첫 맛에 비해 왜 항상 끝 맛은 불쾌해지는 걸까
이젠 그녀의 모습에서 옛날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순간의 위화감에 눌려 어른이 되어버린
철없는 그녀에 대한 분노를 느낄 여력도 없었다

다들 무엇엔가 쫓기듯이 각자의 방향으로 질주를 하는데
사진 속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그런 따뜻한 날이 다시 올까
무엇이 그 사진을 그렇게 특별하게 만들었나
그것을 끝내 알 수 없다면 앞으로 남은 하루하루를 무엇으로 견뎌낼까
라고 생각을 하면서 의사는 남은 우유를 다 마셔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