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만감과 민망함
아침 식사를 먹기 위해 근처 식당에 들른 의사는
약간 쉰듯한 냄새가 나는 양고기 스튜를 먹다가
누군가가 읽고 놓아둔 듯한
옆 의자 위에 놓여있던 신문을
펼쳐든다 읽기 시작하는데
그럴듯 하다
[칼럼] 얼마 전 배가 한 척 가라앉았다는데 이것이 핫-이슈 / 4월 6일 오후 5:02:21 / jellyjam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다 검토하고 결론을 낼 것이며 북한 개입의 가능성이 없다고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렇게 또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고 그게 사실은 없다고 직접 말 한 것은 아니지만 있다고 하면 또 문제가 되므로 밝히기는 힘들고 해군이 실수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또 정확히는 모르기 때문에 하여튼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고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말이라고 하는데 아무렴 어떤가 별 것 아니다 몇십명이 죽었을 것이고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갈 것이고 그러다 보면 또 모든 건 정상으로 돌아오겠지 모두들 잊겠지 철판 덩어리 하나가 가라 앉은 것이 뭐가 그리 대수라고 다들 난리인지 모르겠다 어차피 난 내일 수업만 빠지지 않고 과제를 열심히 해가며 자격증을 열심히 따서 취직만 잘하고 내 몸 하나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일 것을 사실 당신이라고 알 수 있나 링컨을 누가 쏘았는지 또 왜 쏘았는지 아폴로 11호가 정말 달에 착륙했었는지 정말 토끼 따위는 살고 있지 않았는지 김재규가 왜 박정희를 죽였는지 9/11 때 쌍둥이 빌딩은 왜 무너졌는지 UFO따위는 존재하는지 하다못해 이번에 멀쩡한 배는 왜 가라 앉았는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건지 당신은 아는가 이 말이다 우리는 결국 아무 것도 알 수 없으니까 그냥 신경 끄고 닥치던지 당신 일에나 열심히면 된다는 말이다 사실 그대로를 아는 것이 언젠가부터 너무 어렵게 되어 버렸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이상 관심이 없다 글쎄다 그걸 또 어떻게 알아낸다 셈 치더라도 무시무시한 빅브라더가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기 때문에 무섭다 사람들은 무서운 것이다 또 사실 따지고 보면 그다지 관심은 없다 왜냐하면 배가 왜 가라앉았는지 보다는 오늘 저녁에 무엇을 쳐먹을 것인가에 더 관심이 있는 배부른 돼지새끼들 마냥 꽥꽥거리면서 잘난 척 하는 것이 요즘의 대세이기 때문이지 그딴 것에 관심을 두어 무엇 하나 어차피 그 잘난 새끼들도 우리에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려주려고도 알려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데 뭐 우리는 이냥저냥 저녁으로 두꺼운 스떼이끼나 씹으면서 엘레강스하게 와인도 좀 마셔주면서 자빠져서 축구나 보다가 가끔은 폼나게 섹스도 하고 그러다 졸리면 잠도 한 열 몇시간씩 때려주다보면 하루 꼬박 다 가기 때문이지 그렇게 살다가 가면 되는거지 젠장 배를 뽀개버린 것이 북한 빨갱이 새끼들인지 어떤 폭탄인지 아니면 멍청하게 꾸벅꾸벅 졸던 한국 해군 놈인지 알게 뭐야 또 무엇이 그리 의미가 있겠는가 어차피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는데
그렇지 않나?
그럴듯 하다
라고 생각하며 남은 커피를 다 마시고는
끄윽 트림을 하며 일어선다
아까 읽은 글 때문에
지금 자신이 배가 불러서 만족스러운 것이
조금은 민망한지
한번 피식
웃고는 이제 주말마다 바빠질테니
오늘은 낮잠이나 좀 자둬야지
야구 경기를 볼까
곰곰히 생각하며
민망한 기분따위는 이미 잊어버리고는
묵고 있는 여관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