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lly Jam 2010. 9. 26. 22:54





 의사는 간만에
 정말 간만에 유리 진열대를 닦기 시작한다
 마른 헝겊에 독한 알코올을 묻혀서 천천히 먼지와 얼룩을 닦아내고
 안에 진열되어 있는 것들을 조용히 꺼내서 정성껏
 아주 정성껏 -이미 진열품의 대부분은 깨져있다- 먼지를 털어낸다
 그간 이 진열품들을 모으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면서
 이것들이야 말로 인생 최고의 보람이라고 생각했건만
 그는 왜 그것들을 온전히 보관하지 못할까
 무엇이든지 진열장에 들어가는 순간
 몇 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깨지고 빛이 바래고
 그래서인지 진열품들은 항상 의사를 미워하고 외면한다
 항상 그들의 온기를 그리워하며 괴로워 함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진열대와 진열품들에게 크나큰 정성을 쏟음에도 불구하고
 기억나지 않는 새벽이 지나고 나면
 왜 모조리 깨어지고 박살이 나 있는 걸까
 왜 좀 더 아껴주지 못했나
 왜 좀 더 멀리 생각하지 못했나
 왜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나
 하지만 진열품이라는 것은 냉정하다
 아무리 깨어진 진열품들을 다시 붙여보려고 한들
 누구도 시간을 거스를순 없는 법

 1999년
 2000년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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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2009년
 2010년

 그는 가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