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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일기는일기장에

it's alive! (2)

by Jelly Jam 2011. 5. 29.


 나는 반성한다
 똥은 그저 안 보이는 곳에서 싸서 소리소문없이 하수도로 흘려보내버릴때
 진정한 똥의 본분을 지닌 것임을

 요즘 똥은 너무 많은 영향력을 지녀서
 무슨 색깔의 똥을 몇시 몇분에 얼마나 쌌는지 하는
 그런 잉여스러운 디테일까지 살아 움직여서

 어떤 겁먹은 아나운서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은 상처를 주거나
 세상의 엔트로피에 장난질을 친단 말이지

 똥은 그냥 조용히 싸서 조용히 흘려보내야 하는데
 나를 위시한 요즘 사람들은 은근히 드러내놓고 싸다 못해
 순금 요강에 싸지른 다음 온 방에 똥칠이다
 (유명인의 똥들은 그 자태가 다음날 신문 기사에도 등장한다)

 그래서 소심하게 양 조절을 하며 퐁퐁퐁 싸놓고도
 또 누가 볼 것을 의식해서 그것에 매여
 똥으로 무슨 조각을 한답시고 예쁘게 빚는 뻘짓을 할 것이 아니라

 똥은 그냥 원래의 똥답게
 조용히, 비밀스럽게, 솔직하게, 겸손하게
 하지만 시원하게!
 그렇게 쾌변을 한데서 오는 상쾌함만을 뒤로 한채
 그렇게 화장실에서 떠나는 것이 적절하다

 불쌍하게 의미없이 꿈틀대는 밑의 내 똥들에게도
 혹 그런 내 똥에 맞아 불쾌했던 경험이 있던 모든 분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근데 요즘은 똥을 그런식으로 싸는게 자기 표현의 방식이라는 둥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지닌 생활 양식이라는 둥 좆또 말이 많지만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일기는 일기장에
 하고 싶은 말은 편지에
 욕은 당사자에게
 잘난척은 거울보면서

 속 빤히 들여다보이는 독백 아닌 독백 말고,
 뭐 가끔씩은 방향성이 거세된 순수예술(?)이 하고 싶을 때가 있다면야.

 에효
 내 똥들이 '비웅신 지는' 하며 날 비웃는다 허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