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이야기 (完)44 천동설天動說 태양을 추월하기 위해 지난 몇년간 부단히 걸었다 하지만 그는 태양이 항상 자신의 정수리 위에 정체되어 있다고 느꼈다 소소한 것에 만족했고 사소한 것에 괴로워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결코 도태되지 않으리라 수많은 다짐을 하며 때로는 저 뒤에 뒤쳐져서 바닥에 주저 앉아버리는 사람, 혹은 자신이 뒤쳐져 있다는 것도 느끼지 못한채 바보같이 웃고만 있는 사람, 이런저런 사람들을 뒤로 한채 끊임없이 걸었고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지나갔고 남들이 걸어간 만큼, 아니 가끔은 그 이상으로 걷고자 노력했지만 항상 머리 위의 해는 멈추어져 있다고 느꼈다 자신은 전혀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다고 느꼈다 의사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나, 기타 자신을 둘러싼 상황과 여건에 대해서 그다지 불만을 품어본 적도 없다 .. 2010. 4. 13. 포만감과 민망함 아침 식사를 먹기 위해 근처 식당에 들른 의사는 약간 쉰듯한 냄새가 나는 양고기 스튜를 먹다가 누군가가 읽고 놓아둔 듯한 옆 의자 위에 놓여있던 신문을 펼쳐든다 읽기 시작하는데 그럴듯 하다 [칼럼] 얼마 전 배가 한 척 가라앉았다는데 이것이 핫-이슈 / 4월 6일 오후 5:02:21 / jellyjam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다 검토하고 결론을 낼 것이며 북한 개입의 가능성이 없다고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렇게 또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고 그게 사실은 없다고 직접 말 한 것은 아니지만 있다고 하면 또 문제가 되므로 밝히기는 힘들고 해군이 실수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또 정확히는 모르기 때문에 하여튼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고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말이라고 하는데 아무렴 어떤가 .. 2010. 4. 8. 포오드의벨트와꼴사나운땀 의사는과연할수있을까월화수목금토일 글쎄다그는조금만숨이차면숨을구멍을찾는습성이있어서말이지 나약하고치사하고이기적이고바보같은그다 나중이라는것은그에게있어서별로중요하게느껴지지않는다 오직지금이다숨이차고다리가저려오는지금이순간만이중요하다 그래서그는많이실수하기도했었다나태했었다대책이없었지 그러나이제와서그라고별수있겠는가사람들이분쇄기로빨려들어가고있는 그무서운광경이눈앞에서펼쳐지고있는데그라고별수있을까 이제는품위고체통이고다집어던지고분쇄기로빨려들어가고있는 포오드의벨트를역행해서달려야한다땀이나는것은천하지만별수없다 그리고는땀에쩔어서는살아남아야한다사실은당연한운명이었지만 옛부터근거없는자신감에차있던그는그자신만은달리지않아도될줄알았다 남들처럼꼴사납게땀에쩔어있는꼴을하고있진않아도될줄알았던것이다 하지만별수있으랴포오드의벨트는만인에게평등하다그라고예외일수는없지.. 2010. 3. 20. 술취한젖꼭지의한탄 의사는꿈을꾸고있다 그의환자들은그의젖꼭지와머리칼을갖겠다고칼을들고서로다투고있다 바로그느낌이었다어릴적그가교회에갔을때성가대석에서좌중들을내려다보며 젖꼭지없이무엇으로이사람들위에설수있을까또난무엇으로이자리에섰나라고생각하며 사실은처음부터애초에젖꼭지를어떻게가질수있었는가조차도생각은나지않지만 젖꼭지는하찮고천하다그래서그는부끄럽다 술취한젖꼭지는비겁한변명들을잠시동안이나마늘어놓지만아무도듣지않는다 아무런의미가없어져버린젖꼭지는슬피울다잠든다 2010. 2. 17. 이전 1 2 3 4 5 6 7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