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사막 한 가운데를 걷던 의사는
어느덧 해가 저물었음을 깨닫고
잠자리를 찾기 위해 근처 언덕의 뜨거운 동굴로 들어간다
약 15분여를 계속해서 들어갔을까,
누울만한 곳은 보이지 않고 길은 계속 되어
이젠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음을 깨닫는다
맞은편에 출구가 있을 텐데
동굴의 방향은 이제 엉뚱하고 난잡하게만 변해간다
온도는 점점 올라가고
습도 또한 포화 상태에 이르러
이미 온 몸이 땀으로 무겁게 흥건히 젖어버렸다
훅
훅
숨을 들이킬 때마다
후각을 둔하게 쏘는 듯한,
기분 나쁜 묵직하고 젖은 공기가
그의 평온했던 폐를 엄습한다
한 때 서늘했던 옛 추억들을 되짚어 본다
그땐 참 걱정과 고민따윈 없이 행복했었던 것만 같다
돌이킬 방법 따윈 없다
이것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의 피부 모공을 하나하나 난도질 하며 서서히 그를 짓누르는 시간의 무게
그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이겨낼 방법은 존재하지만
그것은 아마도 먼 날의 일이 될 것이다
눈이 감긴다
그때 스치는 시원하고 건조한 한 줄기의 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