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리 공개된 3곡 중 Untethered Angel 을 제외한 두 곡은 완전 대실망이었는데, 앨범 전체를 들어보니 큰 그림에서 그 두 곡은 나름 충실히 자기 역할을 해내고 있는 느낌. 미공개되었던 곡들이 의외로 선방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세련되지 않은 각자의 색채가 큰 컨셉 속에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
2. 곡 분량이 7-8분대가 넘어간다 싶으면 곡 허리에서 자꾸 끊고 쉬어가려고 하시는 버릇. 사실 전조현상은 Illumination Theory부터 있었다. 한 3분 걷다가 힘드니 쉬었다 가자고 주저앉는 엄살쟁이처럼. 의도는 알겠지만 역시 서사 과잉인듯 하다. 브레이크 직후 어김없이 등장하는 JP의 볼륨페달질 or JR의 고인물 피아노 솔로는 덤. 사실 이 버릇은 이미 Astonishing에서 한번 피크를 찍어 주시긴 했다. 그것도 트랙 단위로. 강약약강약약. 이번 앨범에서는 7-8분도 안되는 곡 안에서 세그먼트가 자꾸 나뉘니 김이 빠진달까.
예전에 나 젊을 때는 어? 10분동안 솔로 갈기고 어? 또 10분동안 유니즌 후리고 어? 그렇게 한 20분 달리다가 한번 허리 펴고 그랬어? 어? 팍씨 빠져가지고.
3. 페트루치의 가사세계는 거의 안드로메다로 가신듯. 뮤즈의 이뭐병 가사 따위는 명함도 못내밀것네. 아, 3번 트랙은 가사 좋더라.
4. 예전 MP (마이크 포트노이) 시절에는 앨범에 영향을 주던 아티스트들의 연식이 계속 젊어졌었다. Panic Attack이나 Never Enough는 충격이었지. 후배 밴드들에게도 끝없이 배우고 트렌드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밴드의 방식이 존경스럽기도 했는데 어째 MP 탈퇴 후에는 갈수록 옛날 선배밴드들의 스멜이 진해지는 느낌. 특히 이번 앨범 중반부 트랙들은 대놓고 YES, GENESIS, RUSH다. 이번 앨범에서는 과거에 시도하지 않았던 djent같은 스타일도 차용하는 등의 노력도 보이지만, 뼈대는 여전히 70-80년대의 그것이다.
밴드가 변화해가는 방향에 정답은 없지만 Progressive Rock이라는 장르 이름 그대로 진보(Progression)를 위한 진화는 가혹하고 대담해야 한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성장은 정지한다. 이미 그들은 30년 이상을 진보해왔지만 조금 더, 조금만 더 힘을 내주길 바란다면 내 욕심일까.
음악 잡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