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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일기는일기장에

9월 8일이다.

by Jelly Jam 2008. 9. 8.

 오늘은 내 생일이기도 하지만,

 내일은 동생의 입대일.
 어릴적부터 많이 싸우면서 컸지만
 크면 클수록 점점 의지가 되고 든든해지는
 내 사랑하는 동생 준식아

 형도 자려고 누웠는데
 네 생각에 잠을 이룰수가 없어서
 이렇게 편지를 쓴다

 가서 씩씩하게 군생활 잘 하다가 오렴
 군대에선 항상 몸건강이 우선이란다
 마음 같아선 훈련병 생활이라도 대신 해주고 싶지만
 내일 논산에 같이가서 맛있는 점심사주는걸로
 못내 아쉬운 마음을 달래마

 형이 훈련소에 있을때
 거의 이틀걸러 한통씩 오던 네 편지들 덕택에
 막막하기만 하던 불침번 근무도, 힘든 훈련들도
 웃으면서 그럭저럭 견딜수가 있었구나
 아직도 희미한 수면등 아래서 실눈을 뜨고
 네 편지를 읽을때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단다
 특히 네가 내 눈약 때문에 기껏 대구에서 일산까지 달려와줬는데
 철문을 사이에 두고 겨우겨우 나누었던
 짧은 대화와 아쉬운 악수는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뭐랄까.. 내 짧은 군생활은 형제의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달까
 물론 그 전에도 매번 느끼던 감정이었지만
 그때만큼 강렬하게 형제의 뜨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이젠 네 차례가 된 것 같네
 훈련소에 있는 동안 힘들겠지만 앞으로 보낼 형의 편지 읽으면서 힘내렴
 입대가 반 하루 가량이 남은 지금도 많은 생각들에 심란하겠지만
 마음 편히 먹고 푹 자거라 너무 걱정할 거 없다
 배나온 형도 다녀온 훈련소인데 너라고 크게 힘들겠니
 또 얼추 2달정도만 참으면 비교적 편한 카투사 생활을 할테니
 몸이나 여러가지 상황이 힘든 순간에도 항상 마음만은 밝게 가지렴

 사랑한다 동생아
 잘자

 형이




라고 말하고 싶지만
존만한 카투사 색퀴는 감상따윈 필요없는거다
맨날맨날 치킨피자바베큐맥주 쳐먹고 살찌지나 말고
매 주말마다 기어나와서 나 괴롭히지나 마삼
(서울보다는 왜관이나 원주가 공기는 좋댄다)
 


여튼 니 훈련소에 있을 때
편지 빠방하게 쏴줄테니깐
개터프하게 훈련소 생활 잘하고
조교가 개기면 적당히 만져주고
(저번처럼 머리는 밟지마라 잘못 밟아서 애 숨 안쉬면 영창간다)

멋진 모습으로 아카데미 수료식 때 다시 보도록 하자


내일 만나자 동생아
사랑해 알라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