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3연작의 마지막인 금번 연재분은 현재 Dream Theater의 드러머인 Mike Mangini (이하 MM)를 위한 변(辯)이자, 그가 밴드의 일원이 된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아직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팬들을 위한 일종의 각론서입니다. 지난 연재분 게재 이후 많은 메일과 댓글, 쪽지를 받았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주셨고 모두 회신을 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주신 의견들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제는 주류 음악은 아니지만 아직 밴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진 팬들이 많이 계신다는 점 만으로 큰 힘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연재까지 관심과 응원, 질책의 목소리 부탁 드립니다.
(2부에서 이어짐)
# Part 3. 그들이 잃어버린 것 : MP와 MM, 그리고 우리가 알아야 할 것.
MM의 performance 대해 MP 올드팬들이 토로하는 불만은 주로 아래와 같다.
- 연주가 지나치게 밋밋하고 groove가 없다
- 기계적인 피지컬은 뛰어나지만 그 뿐이다.
- 원곡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연주가 밋밋하다'는 것은 사실 음악을 듣는 관점과 장르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주관적인 판단이다. 오히려 MP의 연주 이상으로 MM의 연주는 상당히 입체적이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엄청난 multiple stroke는 잘 알고 계시는 바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MM의 드럼 세트 구성을 살펴보자면, Tom의 사이즈 배치가 일괄적이지 않고 좌우 대칭인 데칼코마니처럼 세팅이 되어 있다. 예를 들어,
(MM) L 21" / 17" / 13" / (snare) / 9" / 11" / 15" / 19" R
(MP) L (snare) / 10" / 12" / 14" / 16"/ 18" / 20" R
식으로 세팅이 되어 있다. (패턴을 단순화 시킨 것이며,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다) 한 손으로 multiple-stroke를 많이 사용하는 MM의 주법을 고려했을 때 Tom의 flow를 좌우로 나누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fill-in 측면에서 그 공간감과 경우의 수를 크게 증가시킨다. 또한 옥타반과 일부 심벌을 극단적으로 위로 세팅함으로서 레코딩 상의 isolation을 극대화시키고 좀 더 입체적인 믹싱을 가능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므로 MM의 플레이가 MP의 플레이보다 다채롭지 못하다는 주장은 분명 타당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일부 독자분들은 여전히 속으로 생각 중이실게다. '아닌데.. 분명 내 귀에는 밋밋한데..'
그 이유들을 항목별로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1) MM의 연주는 사실 metal에 최적화 된 스타일은 아니다.
그의 stroke 스타일이나 연주 운영측면에서 보면 rock/metal 한정적이라기 보다 그는 오히려 All-round player에 가까운 연주자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레슨비디오나 <Modern Drummer Festival> 영상들을 보면 맨교수(主: 그는 밴드 합류 직전까지 버클리 음대 - Berklee College of Music의 교수직에 몸담았고, 밴드 합류가 결정된 직후 사직했다) 라는 그의 별명에 걸맞게 삼바, 재즈를 비롯한 온갖 음악에 능숙한 모습을 보여주며, 비중면에서도 본격적인 rock/metal 뮤직의 비율이 상당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M이 자신의 커리어 대부분을 hard한 음악의 플레이어로서 활약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고, 그것마저도 밴드의 일원이라기 보다는 주로 세션맨의 역할을 했음을 고려해야 한다. 애초에 지명도가 정상급이 아닌 뮤지션에게 자신의 연주 성향과, 음악적 지향성과, 커리어 지향성이 삼위일체로 맞아떨어지는 것이 불가능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의 연주를 들어보면 굉장히 세밀한 rudiment와 stroke가 많고 심벌 연주 및 tone 선택도 매우 정밀하게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음악적 해상도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그의 연주를 Dream Theater의 곡 안에서 듣는 것은 초고가의 하이파이 오디오를 생활 소음이 섞인 야외에서 듣는 것과 마찬가지이라고 할 수 있다. Dream Theater의 음악이 섬세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음악은 그 안에서 사용되는 사운드의 수도 많거니와 장르 특성상 믹싱과 마스터링을 거칠때 모든 음역대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사운드가 중심을 차지하게 되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런 음악에서 MM의 섬세하고 세밀한 연주의 디테일을 오롯히 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Dream Theater의 앨범에서 MM이 원래 의도했던 사운드가 궁금하시다면 Youtube에서 outcry의 1분짜리 isolated drumcam을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중간 bridge부터 등장하는 그의 다양한 심벌 텍스쳐의 활용은, 원곡에서 다른 파트와 함께 들을 때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그것이다.
2) 레코딩 혹은 믹싱에서의 문제
상술한 것처럼, Dream Theater의 사운드에서 그의 미세한 연주가 묻히는 문제에는 추가적인 원인이 또 있다. 흔히 한국 음악씬에서 '교회 스네어' 소리라고 불리는, 위아래 헤드 피치 차이가 크고 뭉툭한 스네어톤은 아예 취향 문제라고 셈 치자. 하지만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심벌 사운드는 리스너들이 그의 연주를 평가절하케 만든 주된 이유이다. 그나마 최근 앨범에서 많이 개선되었지만 그의 초기 앨범인 11집 <Dramatic Turn of Events> 부터 13집 <Astonishing>까지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지나치게 빠른 decay와 낮은 밸런스, 반면에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는 하이헷 사운드까지. 단순하게 표현해서 심벌소리가 '잘 안 들리고, 너무 빨리 사라지고, 심벌 간 소리 구분도 어렵고, 거기에 얹혀지는 하이햇 소리가 너무 커서, 연주 전체를 밋밋하게 만들고 입체감을 죽이는 결과를 낳았다' 정도로 표현 할 수 있겠다.
이 부분은 과거 MP의 연주 스타일과 양 극단적으로 비교되어 체감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조금 과장해서 MP의 모든 베이스 드럼에는 크래시 심벌이, 스네어 드럼에는 차이나 심벌이 얹혀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공간감이 넘치던 사운드에 귀가 익숙해져 있다가, MM가 앨범에서 들려주는 dry한 드럼 사운드는 답답하고 뭔가 groovy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 당연지사이다. MP의 공간감 넘치는 사운드가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니고 dry한 MM의 사운드가 처음부터 그가 의도한 소리도 아니었겠지만, 어찌됐든 리스너들은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Dream Theater 앨범 속의 그 건조한 연주를 'MM의 연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와 그의 연주를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이 만들어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라이브 앨범에서 들리는 MM 의 연주는 그 dry함이 더 심각하다. 역시 수음(受音)과정의 밸런스 조정 실패와 믹싱이 문제인듯 보인다. 원인은 다르지만 Metallica의 4집 <And Justice For All> 앨범에서 실종된 베이스 사운드의 빈 자리를 확인하는 느낌이달까.
3) 어쩌면 작곡 과정에서의 비중 문제 혹은 밴드 내에서 (여론에 의한) 그의 입지가 가장 큰 문제일 수도 있다.
11집<Dramatic Turn of Events> 작업 당시 John Petrucci(이하 JP)가 찍어놓은 미디에 맞춰서 MM가 드럼 트랙을 녹음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후속 앨범부터는 공동으로 곡을 썼다고는 하지만 ㅡ앞서 2부에서 서술했던 것처럼ㅡ 작곡상 지분은 사실상 JP가 51% 이상 가지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리고 연주하는 매 순간 의식되는 MP의 그림자와 MM을 향한 날선 여론까지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가 가진 재능의 100%를 다 발휘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연주가 다른 파트에 맞춰 소극적으로 전개 되었다는 것은 필자의 가설이 아니라 실제로 앨범을 들어보면 어렵지 않게 확인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베이스의 root와 fifth가 찍히는 곳에는 어김없이 MM의 킥드럼이나 스네어가 위치해있는데 ㅡrock이나 metal에서는 흔히 보이는 현상이지만ㅡ 그 흐름을 주도하는 쪽은 항상 현악기 쪽이며 그 빈도도 현저히 높다. 그리고 기타나 키보드의 solo 파트에서는 아예 별다른 fill-in마저 생략한 채 극도로 소극적인 연주가 전개되는데, 이 부분을 다룬 어느 유명 유튜버는 '그의 밋밋한 연주가 guitar solo를 전혀 돋보이지 못하게 해주고 있다.' 는 식으로 비판했지만 애초에 MM의 의도는 오히려 그 반대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의도야 어쨌든 결과물에 대한 판단은 청자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4) 분명 심리적인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오디션에서 보여지던 MM의 'A Nightmare To Remember', 'Dance To Eternity' 연주는 최근 지난 몇 년간 라이브에서 그가 보여주는 연주와는 그 느낌이 상당부분 다르다. stroke의 velocity만 보더라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분명 같은 곡을 연주 할 때의 velocity나 fill-in 상의 가용 범위가 그 정도로 차이가 난다는 것은 자신감과 연관된 attitude 이슈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제시해본다. 당시 오디션 현장만이 줄 수 있었던 절실함의 문제였을까? 숨만 쉬어도 MP와 비교하는 팬들에 대한 두려움이었을까? 오히려 단순히 라이브 무대에서의 단순한 체력분배 차원이었을 수도 있겠지. 어느 쪽이었든지 간에 그를 탓할 수는 없다. 다른 어떤 누가 MP의 자리에 왔다고 가정하더라도 지금의 MM만큼 훌륭하게 그 역할을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오디션에서 마지막까지 경합이었던 Marco Minneman? 그와 함께였다면 음악적으로는 조금 더 과감해질 수 있었겠지만 오디션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work ethic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팀 케미스트리 측면에서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연주력, 음악적 기여, 팀 케미스트리 등 모든 측면에서 양호한 performance를 보여주는 그에게, 인터뷰 때마다 집요하게 등장하는 MP의 이름은 분명 큰 고역이었을 것이다. 넷 상에 존재하는 모든 영상과 인터뷰에 단골처럼 달리는 'MP vs MM' 댓글을 읽는 심정은 어떠했을까. 공연때마다 그를 향해 환호하는 관객들을 보며 또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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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작을 마치며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주관적인 관점으로 접근하여 느끼는 음악이라는 분야에서는 그 가정법이 누구에게나 허용됩니다. 그리고 밴드와 연주자들의 결과물을 비교해가며 논하는 것은 음악 자체를 성장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MM을 둘러싼 논쟁은 10년째 지금 이 시간에도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MP는 다른 음악적 경험을 위해 밴드를 떠났다는 것과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Dream Theater는 이제 또 다른 드러머와 음악적 여정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그들에게 열광하고 때로는 실망했던 팬들의 쌍곡선은 예나 지금이나 ㅡ키보디스트 혹은 드러머가 누구였든지 간에ㅡ 항상 있어왔습니다. 판데믹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는 요즘이지만 그들은 흔들림 없이 기어코 그들의 열 다섯번째 앨범을 완성했습니다. 34년 동안 철저한 자기관리와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그들은 단 순간도 멈춘 적이 없었습니다. 이제 그들도 말년에는 MP가 진두지휘하던 체제에서 벗어나 어쩌면 멤버 각자의 색깔을 예전보다 조금 더 자유롭게 앨범에 녹여내는 여유를 즐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결과물을 놓고 누구는 좋아하고 또 누구는 실망을 하겠지요. 하지만 그들은 변함없이 오늘도 새로운 음악을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끝없는 헌신과 꾸준함이, 바로 우리가 진정으로 그들을 존경하고 애정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보며 길었던 3부작의 끝을 맺을까 합니다. 그들이 잃어버린 것은 애초에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2021.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