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때 내가 서울에서 6년을 살았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곳에서의 기억들이, 단지 길고 길었던 하룻밤의 꿈처럼 느껴지고
나는 이미 무더운 이곳에서의 일상에 너무 익숙해 버렸는데.
매주 주말이면 한 시간이나 걸려 버스를 타고 닿았던
시끄러운 방배동 합주실의 열기도,
졸린 눈을 부비며 아침마다 정확히 8분을 걸려 도착하던
ROTC 운동장 뒷길과 인문대 사이의 길도,
전화 한통을 받고 지갑, 핸드폰 그리고 담배만을 챙긴채
밤 11시에 술을 먹으러 나가는 설렘도,
왁자지껄한 술자리를 뒤로하고 집으로 오는 길이면
항상 내 코를 만져주던 신촌 새벽의 적막한 공기도,
늦은 아침에 일어나보면 조용히 선풍기만 돌던
적막한 여름의 내 오피스텔의 잠자리도,
창문을 열면 쏟아지는 신촌대로의 차 소리를 들으며
양쪽 창문을 열어놓고 피던 아침의 첫 담배도,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은듯 쓰던
오늘날 현대의 교양있는 서울지역 사람들이 쓰던 말투도,
당신들과의 기억들도.
일어나보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한낱 꿈처럼
그렇게 그렇게 무더운 대구의 여름날 열기 속으로 사라져간다.
어느덧 8월.
#2.
뚱뚱한 비에 내 다이어트 이틀치는 홀라당 날아가버리고
나는 오늘 저녁에는 다시 주린 배를 부여잡고
의미없는 인내에 뿌듯함을 느끼며 이러고 있다
근데 sesami 어쩌구저쩌구는 누구 때문에 생각이가 나서
계속 괴롭다 쩝쩝
[창고]일기는일기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