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의사는 쉽사리 깊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새벽에 눈이 떠지면 한 두시간은 깬 상태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기 일쑤다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스쳐가는 얼굴이 몇개 있기 마련이지
그러다 해질녁에 도착했지만 아직 뜯어보지 않은 편지 하나가 생각이 나서
침대에서 뛰쳐나와 봉투를 뜯어본다
뜻밖의 옛 사람이다
물론 답장은 할 생각이 없다
그는 못내 두렵나보다
옛 추억을 현실로 불러왔을 때
망가져버릴까봐
그 향들이 날아가버릴까봐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답장을 할 수가 없다
답장을 하는 대신
혼자 술을 마시며 옛 추억들을 곱씹어보는 정도가
그가 추억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전부이다
그래서 그는 외로운 것일까
잘 포장되어 멋지게 전시된 추억은
의미가 있는걸까
과감히 포장을 뜯고 추억에 손때를 묻히며
계속해서 살아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라고 생각을 해보지만
그렇게 용기내어 한 발짝 더 전진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and unfortunately,
he's too damn smart to bring those memories back to reality
나는
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항상 나는 너를,
투명하고 두꺼운 전시창 유리 너머로
그렇게 촛점없는 눈으로 바라만 보고 있다
의사는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청해본다
항상 그랬듯이,
내일의 아침 햇살은
밤새 물기 어린 그의 잡념들을
바싹 말려서 흔적도 남지 않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