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마의 외모방정식에 대한 풀이
나는 책상에 앉아있었는데
문득 폰이 주머니 혹은 어디에도 없다는걸 깨닫는다
한참을 찾다 차 어딘가에 있겠다는 결론을 내고
주차장으로 가보려고 도서관을 나서는데
그런데 어느 여자가 도서관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서
머리를 앞으로 늘어뜨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
굉장히 불쌍한 자세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무슨 통화를 저렇게 처량한 폼으로 하냐..
라고 생각하며 나는 바깥으로 향했다.
'내 성형수술해가꼬 얼굴을 다 아예 갈아 엎어버릴까?'
'그래.. 넌 관심도 없지.'
'서울 가니까 예쁜 여자들 많제? 나 같은건 이제 눈에도 안들어오지 뭐.'
식의 어설픈 쿨함을 빙자한, 친구이상애인미만 사이 특유의
가볍고 친근한 생채기내기 놀이 정도로 들리는 대화를 뒤로 하면서.
다행히 운전석 시트 밑에서 폰을 찾았고,
기분 좋게 다시 돌아오는 길에
아까 그 여자 앞을 다시 지나는데,
여자가 전화기를 든 채 얼굴을 무릎에 파묻고
여전히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칼로 얼굴을 가린 채
큰 소리로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다.
잘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제 나는 어떻게 살라꼬'
'이제 나는 어떻게 하노'
식의 울음섞인 원망을 전화기에 쏟아내고 있었다.
남자가 떠난 듯 싶었다.
(여자가) 못생겼거나,
자기가 못생겼다는 컴플렉스를 지닌 여자를.
얼굴을 무릎에 파묻고 있어서 얼굴은 잘 보지 못했지만
입고 있는 남방과 청바지 그리고 신발은
남자선배를 '형- 형' 이라고 부르며 따라다닐 법한,
거대한 검은 뿔테안경을 낀 80년대 학번 여대생들의 촌스러운 그것이었다.
안타까웠다.
그러나 너무나도 안타까운 동시에,
인간사회의 생리에 너무나도 냉정하고 담담하게 부합되는 그 묘한 장면에 대해서
지금 이 글에 주저리주저리 많은 담론과 감상을 풀어놓기에는 여백이 부족하므로
더 이상의 이야기는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