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이야기 (完)
pause
Jelly Jam
2009. 1. 25. 20:35
뜨거운 사막을 가로질러 온 의사는
지친 몸을 이끌고
마을에 들어가서
적당히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노천 까페에 들러
차양막이 있는 자리에 앉는다
앞에 놓인 차가운 물수건으로 이마에 땀을 닦고는
차가운 커피를 반 컵씩이나 한번에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담배에 불을 붙인다
긴 한 모금
후우
다시금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는 이내 부끄럽다는 생각도 든다
눈을 감는다
또다시 긴 담배 한 모금
지도를 꺼내 펼친다
손가락을 짚으며 자신이 앞으로 지나야 할 사막들을 세어본다
하나
둘
셋
넷
이내 세는 것을 그만둔다
그리고 반쯤 남은 커피를 한번에 다 마셔버릴 기세로 컵을 들었던 의사는
잠시 멈칫 하더니
홀짝, 입만 적시고 만다
방금전까지도 자기를 괴롭히던,
며칠 몇날을 따라다니던 사막에서의 갈증이 또다시 떠오른 탓이다
이젠 아까워서 물을 한번에 벌컥벌컥 마시지도 못하는 습관이 생겨버렸나보다
컵에 남아있는 차가운 커피를 가만히 바라보던 의사는
또다시 담배를 한모금 빨아들이고는 자리를 일어선다
어서 길을 재촉해야 한다
의사는 또다른 갈림길에 선다
나침반을 꺼내든다
바늘은 기를 쓰고 사막의 반대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오늘따라 사막들은 유독 더 메마르고 사나워 보인다
그때 또 다른 낙타 한마리가 의사의 옆을 어슬렁 어슬렁 지나간다
낙타가 그를 보며 야릇하게 웃고 있는 것만 같다
모래바람소리는 거칠어져만 간다